미래가 불확실할 때, 우리는 두렵다. 그러나 더 오싹한 게 있다. 그것은 너무도 또렷하게 상상되는 미래다. ‘지금처럼 살면, 나도 10년 후엔 저런 모습이겠지.’
세상이 찍어준 GPS를 따라 내달리는 삶은 확실하다. 그 길 끝에 제법 괜찮은 삶이 있다고 일러주는 어른들이 있으므로, 안심할 수 있다. 하지만 곧게 뻗은 직선도로 위에서 우리는 생기를 잃는다. 자신의 미래를 분명하게 아는 삶은 지루하니까.
BIG Naughty 서동현은 ‘경로 이탈자’다. 대원외고 입학 직후인 2019년 4월 어느 아침, 그는 “자습하러 간다”며 집을 나섰다. 휴대폰을 끄고 향한 건 학교가 아닌 ‘쇼미더머니8’ 예선 현장. 그 사소한 이탈은 그를 지도 밖 삶으로 이끌었다.
그의 음악도 경로를 따르지 않는다. 장르 게이트키핑이 거센 힙합에서, 서동현은 멜로디 중심의 ‘싱잉랩’을 대중화한 싱어송라이터다. 박재범에 매료되어 하이어뮤직에서 활동을 시작한 그는, 대표곡 ‘Vancouver’, ‘정이라고 하자’,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은’부터 ‘Red Tape’에서 보여준 랩까지, 20대라고는 믿기지 않는 디스코그래피를 그려왔다.
혹시 당신도 경로 이탈을 꿈꾸는가? 잘 닦인 포장도로 대신 울퉁불퉁해서 좀 엎어지더라도 비포장도로를 달려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서동현을 만나볼 때다. 최근 악뮤 이찬혁과의 콜라보로 신곡 ‘Music’을 발표한 그는, 또 한 번 경로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어떤지, 포장도로가 그립진 않은지, 그의 증언을 들어보자.
ⓒBIG Naughty | Edited by 2ulip
Contents
1
콜라보 장인 - 술, 용기, DM
2
경로를 이탈할 결심
3
이른 성공, 그리고 흰머리
4
무근본 창작론
5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법
Chapter 1. 콜라보 장인 - 술, 용기, DM
이번엔 악뮤 이찬혁과의 콜라보군요. 피처링은 보통 어떻게 성사되나요?
저는 술 먹고 DM 때리죠.
인스타 DM으로요? 모르는 사이여도요?
네. 보통 술 취한 상태에서 보내요. 아예 모르는 사람은 제가 INFP라 용기가 필요하거든요.
술 먹고 만든 노래를 들으면, ‘아, 이거 말도 안 되는 조합이다’ 하고 잘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이 떠오르거든요? 그때 바로 때리죠, DM. “한 번 들어주세요.” 하고.
답장이 와요?
답이 올 때도 있고, 안 올 때도 있어요.
빅나티도 답장이 안 온다니, 의외네요.
저스틴 비버도 안 읽던데요?
저스틴 비버요? 비버한테 콜라보를 제안하는데, 그냥 DM으로 보낸다고요?
그냥 보냈어요. 술 먹고 한국말로. “비버 형님, 한 곡 하시죠?” 어쩌고저쩌고.
와, 힙합이네요.
술 취해서 농담 반으로 한 거죠.
이번에 곡 할 때도 찬혁이 형 연락처는 알았어도 연락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근데 그냥 “형님 미친 곡이 나왔습니다. 한 번 들어보십쇼.” 딱 이렇게 보냈죠. 그랬더니 “그래 좋다. 하자.” 딱 왔어요. “자세한 건 회사들끼리 이야기하고. 합시다.” 이렇게 된 거죠.
ⓒBIG Naughty
콜라보를 즐기는 것 같아요.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은’에서 보여준 악뮤 이수현과의 콜라보도 그렇고 10CM, NCT의 마크, 키드밀리까지 폭이 정말 넓더라고요.
저는 콜라보를 진짜 많이 하고 좋아해요. 혼자 하는 것보다 재밌거든요.
피처링 받을 사람은 어떻게 정하는지 궁금해요.
기준은 그냥 재밌을 것 같은 사람? 내가 재밌을 것 같고, 사람들도 재밌어할 것 같고, 노래에도 잘 어울리고 그러면 일단 부탁해 봐요.
곡 하나 같이 작업하기로 하면 몇 번이나 만나요?
다 달라요. 요즘은 아예 안 만날 때도 있어요. 세상이 좋아져서, 자기 파트 녹음해서 보내주면 되거든요. 각자 작업실에서 녹음하고요.
피처링 주고받는 게 마음 맞는 사람과 연결되는 방법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친해지고 싶어서 피처링 부탁한 적도 있어요?
친해지고 싶어서만은 아니지만,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서 부탁한 게 이번에 찬혁이 형이었어요. 진짜로 얘기해 보고 싶다. 이 사람이랑.
진짜로 얘기해 보니 어땠어요?
어떤 상황에 있을 때 자기 감정을 엄청 깊이 있게 느끼는 사람이더라고요. 더 많은 걸 느끼고 그걸 본인 음악으로 표현하는 같았어요. 나도 이 사람이 느꼈던 만큼 깊이 있게 여러 상황들을 느껴보고 싶다, 이런 음악에 대한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아요.
콜라보를 즐기는 것 같아요.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은’에서 보여준 악뮤 이수현과의 콜라보도 그렇고 10CM, NCT의 마크, 키드밀리까지 폭이 정말 넓더라고요.
저는 콜라보를 진짜 많이 하고 좋아해요. 혼자 하는 것보다 재밌거든요.
피처링 받을 사람은 어떻게 정하는지 궁금해요.
기준은 그냥 재밌을 것 같은 사람? 내가 재밌을 것 같고, 사람들도 재밌어할 것 같고, 노래에도 잘 어울리고 그러면 일단 부탁해 봐요.
곡 하나 같이 작업하기로 하면 몇 번이나 만나요?
다 달라요. 요즘은 아예 안 만날 때도 있어요. 세상이 좋아져서, 자기 파트 녹음해서 보내주면 되거든요. 각자 작업실에서 녹음하고요.
피처링 주고받는 게 마음 맞는 사람과 연결되는 방법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친해지고 싶어서 피처링 부탁한 적도 있어요?
친해지고 싶어서만은 아니지만,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서 부탁한 게 이번에 찬혁이 형이었어요. 진짜로 얘기해 보고 싶다. 이 사람이랑.
진짜로 얘기해 보니 어땠어요?
어떤 상황에 있을 때 자기 감정을 엄청 깊이 있게 느끼는 사람이더라고요. 더 많은 걸 느끼고 그걸 본인 음악으로 표현하는 같았어요. 나도 이 사람이 느꼈던 만큼 깊이 있게 여러 상황들을 느껴보고 싶다, 이런 음악에 대한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아요.
Chapter 2. 경로를 이탈할 결심
‘쇼미더머니8’로부터 벌써 6년이 흘렀군요. 당시 얘기를 좀 해 볼까요? 부모님 몰래 지원했다면서요?
네. 저 1차 때는 그냥 말 안 하고 갔어요. 아침에 학교 간다고 하고 나왔죠. 엄마가 “오늘 왜 그렇게 일찍 가니?” 하길래 “아, 자습할라고.” 하고요. 휴대폰 꺼버리고 일산으로 갔어요. 1차 예선을 일산에서 했거든요. 친구들한테도 말 안 했어요. 다들 관심도 없기도 했고, 그런 건 또 마지막에 짠 하고 나타나야 재밌잖아요.
부모님이 아시고, 처음엔 반대하셨다고 들었어요.
네. 근데 허락하셨죠, 결국. 얘는 도저히 말릴 수 없겠다 생각이 드셨었대요.
대원외고 입학한 지 한 달 정도 된 시점에 ‘쇼미더머니’를 나가고, 그 길로 연예인이 됐어요. 대학 진학도 안 하고요. 왜였죠?
첫 중간고사를 잘 봤어요. 근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정도 인풋을 좋아하는 일에 넣으면 그게 뭐든 성공하겠다.’
저는 음악에 흥미를 강하게 느끼고 있었거든요. 입시를 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는 걸 알지만 그냥 취미 정도라고 넘기고 싶지 않더라고요. 무시하고 싶지 않았던 거죠. 어차피 인풋을 넣을 거면 좋아하는 일에 넣자 생각했어요.
그런 끌림이 그냥 취미 정도가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서른까지 한 달에 50만 원 벌어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편의점 알바하면서 음악해야겠다. 음악해서 먹고산다는 게 굉장히 희박한 확률이잖아요. ‘그럼에도 이거를 너는 하고 싶냐?’ 스스로한테 물었는데 하고 싶더라고요.
콜라보를 즐기는 것 같아요.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은’에서 보여준 악뮤 이수현과의 콜라보도 그렇고 10CM, NCT의 마크, 키드밀리까지 폭이 정말 넓더라고요.
저는 콜라보를 진짜 많이 하고 좋아해요. 혼자 하는 것보다 재밌거든요.
피처링 받을 사람은 어떻게 정하는지 궁금해요.
기준은 그냥 재밌을 것 같은 사람? 내가 재밌을 것 같고, 사람들도 재밌어할 것 같고, 노래에도 잘 어울리고 그러면 일단 부탁해 봐요.
곡 하나 같이 작업하기로 하면 몇 번이나 만나요?
다 달라요. 요즘은 아예 안 만날 때도 있어요. 세상이 좋아져서, 자기 파트 녹음해서 보내주면 되거든요. 각자 작업실에서 녹음하고요.
피처링 주고받는 게 마음 맞는 사람과 연결되는 방법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친해지고 싶어서 피처링 부탁한 적도 있어요?
친해지고 싶어서만은 아니지만,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서 부탁한 게 이번에 찬혁이 형이었어요. 진짜로 얘기해 보고 싶다. 이 사람이랑.
진짜로 얘기해 보니 어땠어요?
어떤 상황에 있을 때 자기 감정을 엄청 깊이 있게 느끼는 사람이더라고요. 더 많은 걸 느끼고 그걸 본인 음악으로 표현하는 같았어요. 나도 이 사람이 느꼈던 만큼 깊이 있게 여러 상황들을 느껴보고 싶다, 이런 음악에 대한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아요.
Chapter 2. 경로를 이탈할 결심
‘쇼미더머니8’로부터 벌써 6년이 흘렀군요. 당시 얘기를 좀 해 볼까요? 부모님 몰래 지원했다면서요?
네. 저 1차 때는 그냥 말 안 하고 갔어요. 아침에 학교 간다고 하고 나왔죠. 엄마가 “오늘 왜 그렇게 일찍 가니?” 하길래 “아, 자습할라고.” 하고요. 휴대폰 꺼버리고 일산으로 갔어요. 1차 예선을 일산에서 했거든요. 친구들한테도 말 안 했어요. 다들 관심도 없기도 했고, 그런 건 또 마지막에 짠 하고 나타나야 재밌잖아요.
부모님이 아시고, 처음엔 반대하셨다고 들었어요.
네. 근데 허락하셨죠, 결국. 얘는 도저히 말릴 수 없겠다 생각이 드셨었대요.
대원외고 입학한 지 한 달 정도 된 시점에 ‘쇼미더머니’를 나가고, 그 길로 연예인이 됐어요. 대학 진학도 안 하고요. 왜였죠?
첫 중간고사를 잘 봤어요. 근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정도 인풋을 좋아하는 일에 넣으면 그게 뭐든 성공하겠다.’
저는 음악에 흥미를 강하게 느끼고 있었거든요. 입시를 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는 걸 알지만 그냥 취미 정도라고 넘기고 싶지 않더라고요. 무시하고 싶지 않았던 거죠. 어차피 인풋을 넣을 거면 좋아하는 일에 넣자 생각했어요.
그런 끌림이 그냥 취미 정도가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서른까지 한 달에 50만 원 벌어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편의점 알바하면서 음악해야겠다. 음악해서 먹고산다는 게 굉장히 희박한 확률이잖아요. ‘그럼에도 이거를 너는 하고 싶냐?’ 스스로한테 물었는데 하고 싶더라고요.
Chapter 2. 경로를 이탈할 결심
‘쇼미더머니8’로부터 벌써 6년이 흘렀군요. 당시 얘기를 좀 해 볼까요? 부모님 몰래 지원했다면서요?
네. 저 1차 때는 그냥 말 안 하고 갔어요. 아침에 학교 간다고 하고 나왔죠. 엄마가 “오늘 왜 그렇게 일찍 가니?” 하길래 “아, 자습할라고.” 하고요. 휴대폰 꺼버리고 일산으로 갔어요. 1차 예선을 일산에서 했거든요. 친구들한테도 말 안 했어요. 다들 관심도 없기도 했고, 그런 건 또 마지막에 짠 하고 나타나야 재밌잖아요.
부모님이 아시고, 처음엔 반대하셨다고 들었어요.
네. 근데 허락하셨죠, 결국. 얘는 도저히 말릴 수 없겠다 생각이 드셨었대요.
대원외고 입학한 지 한 달 정도 된 시점에 ‘쇼미더머니’를 나가고, 그 길로 연예인이 됐어요. 대학 진학도 안 하고요. 왜였죠?
첫 중간고사를 잘 봤어요. 근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정도 인풋을 좋아하는 일에 넣으면 그게 뭐든 성공하겠다.’
저는 음악에 흥미를 강하게 느끼고 있었거든요. 입시를 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는 걸 알지만 그냥 취미 정도라고 넘기고 싶지 않더라고요. 무시하고 싶지 않았던 거죠. 어차피 인풋을 넣을 거면 좋아하는 일에 넣자 생각했어요.
그런 끌림이 그냥 취미 정도가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서른까지 한 달에 50만 원 벌어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편의점 알바하면서 음악해야겠다. 음악해서 먹고산다는 게 굉장히 희박한 확률이잖아요. ‘그럼에도 이거를 너는 하고 싶냐?’ 스스로한테 물었는데 하고 싶더라고요.
그럼에도 이거를너는 하고 싶냐?
스스로한테 물었는데하고 싶더라고요.
단단히 사로잡혔던 거군요.
네. 그렇게 생각을 하고 나니까,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이 “그래도 대학을 가고 나서 해라”라고 했을 때, 설득이 안 되더라고요. 왜냐하면 ‘난 월 50만 원만 벌어도 좋은데?’ 지금 생각하면 거만했죠.
결과는 대성공이었어요. ‘쇼미더머니’를 마치고, 곧장 하이어뮤직에서 활동을 시작했고요. 그래도 인생의 향방이 너무 달라질 텐데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었나요?
전혀요. 당시엔 ‘무조건 해야겠다’, ‘재밌겠다’는 생각만 했죠.
두렵진 않았어요? 소속사 고민도 없었고요?
네. 너무 원했던 거였으니까요. 어릴 때부터 힙합은 계속 좋아했고, ‘내가 나중에 음악하게 되면, 진짜 저 회사 가고 싶다’ 이런 망상도 많이 했거든요. 고민은 전혀 없었어요.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한 생각까지는 그땐 못했던 것 같아요.
Chapter 3. 이른 성공, 그리고 흰머리
이른 나이에 출세하면 불행하다는 말들을 하기도 하잖아요. 또래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데, 행복에 대한 고민도 하나요?
평생에 걸쳐 100의 행복을 누리는 거라면, 저는 70 정도를 벌써 써버린 느낌이 들더라고요. 행복에 대한 역치가 너무 달라져버렸거든요. ‘이제 나는 남은 30만 가지고 살아가야겠구나’ 걱정됐고요. 성공으로 행복한 건 한계가 분명히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와, 나 큰일났다. 고민 좀 해 봐야겠는데?’ 싶더라고요.
답을 찾았는지 궁금해요.
한계가 없는 행복은 뭘까 생각해 봤죠. 결국 사랑, 배움, 나눔 이렇게 세 가지 같아요. 근데 순수하게 사랑하고, 순수하게 배우고, 순수하게 나누는 게 어렵겠더라고요.
예를 들어 나눔을 한다고 할 때 ‘기부금 영수증 신청하시겠습니까?’ 창이 뜰 때 ‘아니요’를 눌러야 진정한 나눔이 완성되는 건가? 고민되면서도, 또 ‘예’를 누르고 그런 것들. 말은 거창한데 실천이 어려워요. 답을 아직 못 찾았어요.
연예인으로 사는 것의 제일 힘든 점을 꼽아본다면요?
외로움이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어떻게 마주하고 있나요?
다행히 제가 인복이 있어요. 학교 휴학 중인 친구가 하나 있는데요. 너무 외롭다고, 제 작업실로 맨날 와 달라고 불렀거든요. 세어 보니까, 한 달 중에 25일을 제 작업실에서 잤더라고요. 와도 할 것도 없는데, 제가 하는 헛소리 들어주고. 그리고 저희 매니저 형이랑, 스태프들. 일로 만났지만 전부 다 친구가 됐거든요. 그게 큰 것 같아요. 일할 때 스트레스를 전혀 안 받아요. 같이 있으면 좋고.
요즘 특히 하고 있는 고민은 어떤 거예요?
저 진짜 진지하게 요즘 흰머리가 너무 많이 나가지고. 흰머리가 콤플렉스까지는 아닌데, ‘왜 이러지?’ 싶어요.
오, 근데 진짜 많긴 하네요? 스트레스 받나보다.
그냥 두려고요. 멋있잖아요. 20대인데 머리가 절반이 하얗게 되면, ‘쟨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을까?’ 그렇게 생각해 주지 않을까요?
Chapter 4. 무근본 창작론
뮤지션으로서 직업병이 있나요? 자세를 껄렁껄렁하게 한다거나.
오, 맞아요. 음악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요즘 들어가 있는 세계를 스스로 보호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게 있어요.
예를 들면요? 잘 걷다가 ‘나 지금 너무 똑바로 걷고 있다, 흐트러지자’ 막 이런 생각도 해요?
네. 진짜 그래요. 집에서 혼자 작업할 때도, 집인데 막 모자 쓰고 그래요. 웃기죠.
뮤지션으로서 ‘열심히 산다’는 건 어떤 모습인 건지 궁금해요.
양과 질이요. 곡을 많이 내고, 그 곡의 질이 좋고. 요리사분들은 음식 먹을 때 진짜 천천히 먹으면서 그 맛을 느끼려고 노력한다고 하더라고요. 어느 분야든 다 비슷할 것 같아요. 저는 어떤 일을 겪을 때 조금 더 깊이 그 감정을 느끼려고 노력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평소에 생활하면서도 영감을 찾으려고 무의식적으로 노력하고요.
내가 노력했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어요?
그런 무의식적인 노력을 하다 보면, 작업 하려고 앉았을 때, 하고 싶은 말들이 쌓여있게 되거든요. 하고 싶은 말이 없을 때 ‘내가 요즘 노력을 안 했구나’ 간접적으로 알게 돼요.
가사를 쓸 땐 많이 고치는 편인가요?
아니요. 전 멜로디도 가사도 거의 안 고쳐요. 참을성이 없어서 1절 따로 2절 따로 쓴 적도 없고요. 들이는 시간이랑 깊이가 꼭 비례하진 않는 것 같아요.
오, 그래요?
오히려 저희는 그런 말을 하거든요. 한 번에 쫙 쓰여진 노래가 진짜 좋은 노래다. 왜냐하면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쓰면 곡이 한 번에 쫙 써지거든요. 저는 고르고 수정할 때는 하고 싶은 말이 조금 부족할 때더라고요. 물론 OST나 피처링할 때는 수정할 때도 많아요.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는 형식은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빅나티스럽다’는 건 어떤 거라고 생각해요?
근본이 없다는 거요. 전 ‘무근본’이 키워드 같아요. 셰프도 일식 베이스로 공부한 셰프, 양식 베이스로 공부한 셰프 이런 게 있잖아요. 저는 그런 게 딱히 없거든요.
예를 들면 저는 악보도 사실상 못 보거든요. 하나하나 줄 세어 가면서 봐요. 작곡을 배우질 않아서. 근데 그래서 제가 이런 음악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 음악이 다르게 나오는 이유가, 근본이 없어서 아닐까 싶어요.
곡을 만들 때, 이 곡이 나다운지 질문하나요?
어, 그거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예를 들어 제가 한때 엄청 꽂혀서 지드래곤 형 곡이나 해외 아티스트 스타일을 따라했을 때가 있었거든요. 지금 들으면 ‘이거 너무 과한데?’ 싶을 정도로요. 근데 그렇다고 해서 이게 나답냐는 질문을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 당시에 그거에 꽂혀서 영향을 받은 내가 그냥 나인 것 같아요.
흥미로워요.
오히려 ‘이거 좀 너무 그런가?’ 그런 질문 자체가 나답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럴 때 물론 알아요. ‘아, 이거 내면 욕먹겠다.’ 근데 전 내죠. 그걸 피하는 게 더 웃기니까.
Chapter 5.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법
이번 신곡 제목이 ‘Music’이에요. 서동현이 음악을 하는 이유를 알려주세요.
안 할 수 없어서? 안 했을 때의 고통도 크고, 중독된 것 같기도 해요. 어쨌든 음악이 제 삶에서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하니까요. 저는 은퇴를 한다고 해도 취미로라도 음악을 만드는 거는 계속 할 것 같거든요. 그 행위를 멈출 수 없어요.
음악을 할 때 대중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보는 쪽인가요?
저는 대중이 있어야 되는 쪽인 것 같아요. 그래야 제가 더 재밌으니까요. 사람들이 내 노래를 어떻게 들었는지 반응을 보는 게 재밌어요.
성공을 추구해요? 꼭 경제적인 성공이 아니라도.
저는 실패를 추구하는 것 같아요. 성공이 일단 뭔지 모르겠고, 성공하고 싶지도 않고요.
실패를 추구하는 게 어떤 거죠?
‘망해도 좋아.’ 이런 느낌?
‘망해도 좋아.’이런 느낌?
대중은 필요하지만 망해도 좋다?
그렇죠. 망하는 것도 사람들의 반응이 안 좋은 거잖아요. 반응이 꼭 좋을 필요는 없어요.
또래 중에 가장 성공한 축에 속할 텐데, 인정 욕구가 없다고 할 수 있나요?
인정 욕구 있죠, 당연히. 이 작은 프로젝트 하나하나는 당연히 성공시켜야겠다는 마음으로 하는데, 길게 봤을 때는 ‘내 커리어가 꼭 이렇게 이렇게 돼야 해’ 이런 건 없어요.
‘이렇게 돼도 좋고 저렇게 돼도 좋고, 큰 흐름에서는 어떻게 돼도 좋아’, 이 말을 조금 과장해서 말한 게, ‘망해도 좋아’인 것 같아요.
그럼 ‘이 작은 프로젝트의 성공’은 뭘로 정의하는지 궁금해지네요.
그거는 진짜 명확해요. 같이 한 팀원들의 정당한 보수와 뿌듯함? 예를 들어서 대학 축제를 가요. 매니저 형이 2시간 운전을 했는데 제가 공연을 잘하면, 형도 뿌듯하잖아요. 제가 계속 잘 되면, 우리 팀 월급도 올라갈 거고요. 제 직업 특성상 저를 위해 일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이 사람들의 성취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예상치 못한 답변입니다. 스포티파이에 청취자 수가 표시되는 세상이잖아요.
‘정이라고 하자’ 이후, 제 음악을 듣는 사람 수가 10배 가까이 늘어났어요. 그때부터 스트림 수가 많으면 좋은 음악을 하고 있는 건가? 너무 상업적이진 않나? 이런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어쩌면 그 고민을 회피하려고 그런 것 같아요. ‘이 사람들이 잘 되면 나도 잘 되고 있는 거겠지.’ 이렇게 생각하면 간단하니까요. 제가 아니라 팀원들의 삶에 기준을 두는 거죠.
신곡 낼 땐 떨려요?
예전엔 떨렸는데 이젠 안 떨려요, 역치가 있다보니. 반응도 어느 정도 예상 되고요. 제 예상은 거의 항상 맞았거든요.
망할 것 같을 땐, 망할 것 같다고 알아요?
그럼요.
근데도 내는 거예요?
네. 왜냐하면 저는 망해도 좋으니까.
그럼 ‘사람들은 별로 안 좋아할 것 같긴 한데, 일단 모르겠다’ 하고 낸다는 거예요?
그렇죠. 아, 생각보다 더 욕먹은 적은 있어요. ‘별로라고 욕먹겠구나’ 했는데, 그 정도로 욕먹을 줄은 몰랐던 적 있어요.
팬들의 피드백은 어떻게 참고하고 있어요? 팬들이 원하는 음악을 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을 것 같아서요.
‘사람들이 나한테 이런 걸 바라겠지?’ 생각했던 시기도 있었어요. 지금은 아니에요. 제 팬분들은, 저한테 ‘너는 딱 이 스타일만 해라’ 이런 요구를 하는 분들은 잘 없는 것 같아요.
자유롭군요.
네. 저는 그게 너무 좋아요. 올해 가을에도 앨범 낼 건데요. 그건 아예 밴드 앨범일 거예요. 한 번도 안 해본. 저는 제가 어떤 키워드나 장르로 정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하려고요.
Epilogue
어떤 디스코그래피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그런 거 없어요. 그냥 중구난방, 무근본. 저는 어떤 음악을 했던 사람이라고 남고 싶은 욕심이 없어요. 그림 그릴 때, ‘다음 선 잘못 그으면 어떡하지?’ 생각하면 완성돼도 마음에 안 들잖아요. 중구난방으로 그리다 보면, 그림이 망쳐질 순 있는데, 그래도 그게 제 마음에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커리어가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전 커리어가 중요한지 잘 모르겠어요.
그럼 뭐가 가장 중요해요?
중구난방 막 할 때 그 순간순간의 제 기분, 제 만족도요. 그걸 다 끝났을 때 예쁘고 안 예쁘고를 떠나서, ‘내 마음에 드는가?’, ‘내가 이때 진짜 하고 싶은 걸 후회 없이 했구나.’ 그거면 충분해요.
가장 인정받고 싶은 사람은 누구예요?
이 질문에 항상 대답하게 되는 건 엄마 같아요. 엄마가 음악 듣는 취향이 정말 좋은데, 무엇보다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저에 대한 잣대가 제일 높아요. 그리고 중 1때부터 제가 변하는 과정을 내내 지켜봐준 친구들. 그 친구들 덕분에 계속 음악할 수 있었고요.